Thursday, December 27, 2012

요즘 다음 댓글에 떠도는 국민은 어울리는 지도자를 갖는다는 말에 대해

작년인가 재작년에 어떤 사이트에서 어린 왕자 중 한 구절이라면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뭔지 아니?"로 시작하는 한 구절을 보았다. 나는 어린 왕자 원문을 읽었다. 하지만 내 기억 어디에도 그런 구절은 없었다. 그 구절로 Google 검색을 해 보자 마치 서로서로 copy and paste한 듯한 사이트들이 줄줄이 나왔다. 문제는 저 사람들 대부분이 어린 왕자를 제대로 읽지 않았을 거라는 거다.

박근혜가 당선된 이후로 뭐만 하면 댓글에 박근혜 욕하면서 자주 떠오르는 문구가 있는데
"국민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지도자를 갖는다" 라는 거다. 그 문구 뒤에는 주로 토인비, 토크빌, 처칠까지 나오며, 심지어 토인비의 무슨 책이네 하며 책 이름까지 나온다. 그런데 어디서 주워 들은 문구를 인용하고 그 지은이까지 적는다면 적어도 좀 찾아 보고 적어야 하는 거 아닌가? 확실한 건 저런 댓글 적은 사람들이 그 책을 안 읽었다는 것이다.

웹을 좀 검색해 보니, 해당 문구는 조제프 드 메스트르 (아마 맞을 것이다, 내 프랑스어 기억이 맞다면 Joseph de Maistre)가 러시아의 새로운 헌법에 대해 쓴 Lettres et Opusclues라는 책에서 쓴 말로, "Toute nation a le gouvernement qu'elle mérite."가 원문이다. 우리 말로 하자면 "모든 나라는 그 나라가 얻을 자격이 있는 정부를 가지고 있다"가 될 것 같다. 물론 나도 그 책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문맥 상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모르겠다. 다만, 박근혜 당선을 계기로 자기가 원하던 후보를 뽑지 않은 절반의 국민을 무식하고 친일에 경상도 늙은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로 몰아가는 데 쓰이는 것에 쓰이는 것 같아 짜증이 난다. 박근혜/문재인 둘 다 별로 관심 없으나, 문재인을 지지한다고 떠드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은 것은... 절반의 사람이 당신 편을 지지 안 한다고 하면, 그런 사람을 잘 설득해서 내 편이 되게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거다. 국민의 반이 무슨 정신병자도 아니고...

특히 다음 댓글의 일부 주장은 마치 그냥 자기들을 따르는 것이 민주주의라는 것 같다.
"이 것들이 왜 민주주의가 싫어. 내가 찍으라는 후보 찍어, 그 게 민주주의야. 투표 왜 안 해. 투표 꼭 해, 안 하는 것들은 다 인간 쓰레기야." 이런 식이지. 박정희가 좋다고 사진 들고 있는 노인도 정상으로 안 보이지만, 노인들이 자기와 다른 후보 찍었다고 이 시점에 노인 무상 운임제도를 없애 달라고 떼 쓰는 거 보면 참 한심하고 유치하다. 물론 나도 노인 무상 운임 제도에는 반대이다, 충분히 차비를 가진 노인까지 무상으로 탈 필요는 없으니까. 다만 이 시점에서 저러는 것은 그냥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짓을 했다고 짜증내는 걸로밖에 안 보인다는 게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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