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September 15, 2012

창조론자가 만든 듯한 영화 "프로메테우스"

우주가 배경인 SF 영화인데도, 이 영화는 마치 지적 설계론(Intelligent Design)같은 주장을 하는 창조론자가 만든 듯한 느낌이었다.

배경은 2100년인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지금으로부터 좀 떨어진 미래이다. 고대 문명이 남긴 증거를 기반으로 인간을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존재가 사는 행성으로 탐사를 떠난다는 내용인데, 진화론을 완전 무시하고 영화를 만든 듯하다.


외계인의 DNA를 뽑아 조사를 하니 인간의 DNA와 일치한다는 결과가 화면에 뜬다.

만약 그 외계인들이 인간을 만든 것이라면, 우리와 DNA가 99% 같은 침팬지나 80~90%같은 다른 포유류, 하물며 40%가 같은 바나나는 뭔가? 그 외계인들이 지구에 와서 자기들하고 40%만 비슷하계 바나나도 만들고 99% 비슷한 침팬지도 만들고, 100% 비슷한 인간도 만들었나? 물고기에서 인간에 이르기까지 수 억년에 걸친 시간 동안 서서히 진화되는 모습을 보여 주는 수 많은 화석들은? 인간의 DNA 중 수 많은 부분이 과거에 침입했던 바이러스가 주입한 바이러스 DNA인데, 그러면 그 외계인의 행성에도 똑같은 바이러스가 있었나? 진화론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나 이 영화의 스토리를 보면서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할 것이다.

주인공 여자 과학자는 크리스천

과학자 중에 크리스천이 얼마나 되나. 그런데 하필이면 주인공 여자 과학자가 크리스천이다. 외계인이 인간을 만들었다고 믿고 있는데, 동료가 "그런데 왜 야웨를 믿느냐"라고 하니까 "그 외계인은 누가 만들었겠느냐"라고 한다.  외계인이 진화에 의해 생겼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결국 모든 존재가 야웨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주의 비밀과 외계 생명체를 밝히는 탐사와 연구를 하고 있는 NASA에 크리스천이 도대체 몇 명이나 있는지를 조사한다면, 외계인을 조사하는 과학자가 크리스천이라는 게 아주 웃긴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물론 바티칸의 "자칭" 천문학자라고 하는 신부들은 제외하자.) 

이 과학자는 목에 십자가를 걸고 있는데, 외계인과 전투 후 다 죽고 자기만 살아 남았는데도 죽어 가는 사이보그 동료를 보고는 가져간 자기 십자가 목걸이를 내어 놓으라고 한다. 그리고는 다시 소중히 목에 건다. 멋지다. SF 영화에서 이런 장면을 보게 될 줄이야. 우주의 광대함과 경이로움을 보고도, 지구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하고 세상이 6000년 전에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기독교를 믿다니.

과학이 발달된 시대에 원시적 질문을 하고 있는 노인 회장

다 늙어 힘도 없는 노인 회장이 나와서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우리는 무엇이고, 우리의 삶의 목적은 무엇인지"를 알고 싶다던가 뭔가 하는 소리를 한다. 과학이 발전해 다른 행성으로 가는 시대에 저 나이까지 살아 놓고, 그 걸 모르나? 생물학과 우주학, 천체 물리학 등이 이미 빅뱅 이후의 대부분의 사실을 설명하고 있는데, 아직도 마치 중세인 듯이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이런 소리나 하고 있다. 삶의 목적은 그냥 자기 인생에서 재미를 느끼며 즐겁게 보내는 거지, 그 것도 모르고 지금까지 살아 왔나?  결국 저 노인이 하려는 말은 크리스천들이 하는 말과 매우 닮아있다. 크리스천의 답은 "야웨의 종이 되어 야웨를 찬양하고 존경하고 사랑하고, 야웨의 명령에 절대 복종하는 것이 인간 삶의 목적"이라는 것이지.

결론

컴퓨터 그래픽은 물론 객관적으로 대단하지만, 요즘 다른 영화들 그래픽도 다들 저 정도 되는 거라, 특별히 감흥이 없었다. 게다가 말도 안 되는 스토리에 짜증이 났다. SF면 일단 이미 알려진 사실에 기반해서,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실에 대해 상상력을 펼쳐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이 건 그냥 창조론자의 공상 소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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