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독교 중학교를 나왔다. 다음의 질문 중 일부는 실제로 목사가 성경 수업 시간에 애들에게 했던 것이다. 아직 중학생이라 잘 모르는 애들에게 저런 사이비 질문들로 종교를 주입하려고 한 것에 화가 난다.
1. 인간이 진화의 산물이면, 다른 동물은 왜 진화 안 했는데? 원숭이는 왜 아직 원숭이 상태로 있는 건데?
- 인간이 진화의 최종 단계가 아니야. 생명체에게 있어 진화란 가장 잘 살아 남아 번식하는 것일 뿐. 즉, 번식을 가장 잘 할 수 있도록 진화하는 거지. 그 관점에서 박테리아가 우리 인간보다 열등한 존재가 아니야. 인간의 가치인 "지능", "이성" 이런 것들로 보면 우리가 우위지.
- 다른 동물은 이미 그들이 가장 잘 살아 남을 수 있는 형태로 진화한 것이야.
- 원숭이와 인간의 공통 조상은 환경이 단절되며 서로 다른 환경에 맞도록 진화한 것이야. 지금 원숭이들이 산 곳에서는 그 원숭이 모양으로 살기에 불편함이 없었기에 그 모양이 거의 안 바뀐 것이고, 우리 인류가 나아간 곳은 그런 모양으로 살아 남을 수 없었기에 현재 모양으로 바뀐 것이지.
2. 중간 단계 생물 화석을 내 놔. 사람과 원숭이 중간 생물이 어디 있어?
- 기독교 논리와 다르게 이 세상은 흑백 논리가 아니야. 중간이 무수하게 많아. 디지털이 이니고 아날로그란 거지. 어제하고 오늘하고 확 다르게 보이는 사람은 없어. 2000년 1월 1일의 나나 2000년 1월 2일의 나와 구분이 안 되고, 1월 2일과 1월 3일의 나도 구분이 안 되고, 그런식으로 쭉 오늘까지 매일 그 전날과 비교해도 구분이 안 되지. 하지만 2000년 1월 1일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하면? 다르지. 바로 그 차이야, 생물의 종이라는 건.
- 한 종이라고 해서 완전히 같은 개체들로 이루어진 게 아니야, 다들 달라. 하지만 한 종이면 거의 비슷비슷하지. 서로 다른데, 그 차이가 적당히 적어서 적당히 교배가 되면 한 종으로 그냥 우리 편의상 보는 거지. 원형 종이라고, A와 B는 교배가 되고, B와 C도 교배가 되고 C와 D도 교배가 되는데, A와 D는 교배가 안 되는 종이 있어. 어디까지가 하나의 종일까? 어느 날 새로운 종이 갑자기 확 나타나는 게 아니야. 항상 엄마는 자기와 똑같은 종의 새끼만 낳아. 그런데 아주 약간 차이가 있지. 그게 몇 백 만 년 누적되어 봐, 몇 백 만 년 전 조상하고 지금 개체하고 너무나 차이가 누적되어 그냥 다른 종이 되어 버리는 거야. 2000년 1월 1일의 나와 지금의 나처럼.
- 사람과 원숭이 중간 화석은 이미 많이 나왔어. 유인원 화석들 박물관에 가서 봐. 제발 똑같은 소리 그만하고.
3. 시계 재료를 깡통에 넣고 100억 년 흔들어 봐라, 그게 저절로 시계로 조립되나.
- 서로 특성이 다른 걸 가지고 비유하고 있잖아.
- 시계 조립은 기계적인 작용이지 화학 반응과 관계가 없어. 생물체의 진화는 화학 반응에 의해 처음 생성된 아주 원시적인 분자 화합물로부터, 같은 화합물을 생성하는 아주 단순한 작용이 진행되고, 그 과정에 여러 가지 이유로 생성 과정에 오차가 생기는 것에 기인하는 거지. 지금까지 내용은 확률적으로 어렵지 않지?
- 생물체의 진화는 그냥 뭐라 그럴까, 토탈러지라 그러나, 항상 참인 논리야. 가장 잘 복제하는 놈이 가장 잘 살아 남는다. 여러 가지 오차로 같은 화합물을 생성하는 것들의 여러 변종이 생겼어. 대부분 제대로 안 되겠지. 잘 되던 방식에서 뭔가 바뀐 거니 잘 안 될 확률이 높아. 그런 것들은 항상 참인 논리로, 복제를 못하므로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없어져.
- 그런데 저 과정이 동시 다발적으로 엄청나게 긴 시간 동안 반복돼. 그러다 보면 그 변종 중에는 오리지널보다 약간 더 복제를 효율적으로 하는 놈이 나온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지?
- 그럼 역시 항상 참인 논리로, 그 화합물은 똑같은 놈을 더 많이 만드는 데 성공하지. 이런 게 또 엄청나게 긴 시간 동안 반복돼.
- 이러면 계속 복제를 잘 하는 쪽으로 진화할 수밖에 없지.
- 인간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우리에게 보이는 건, 그렇게 우리에게 보이는 것이지 고정된 현실이 아니야. 예를 들어, 새끼 고양이는 우리에게 예뻐 보이지만, 벼룩에게는 어떻게 보일까? 그냥 털 조각밖에 안 보이겠지. 우리가 보는 빨간 색. 외계인에게는 어떻게 보일른지 우리는 상상조차 할 수가 없지.
- 생명체가 우리에게는 아주 특이하고 유전자와는 관계 없는 의식을 가진 특별한 존재로 보일 수 있겠지만,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그냥 유전자와 그 보호막 덩어리로 보일 수도 있겠지.
- 동물처럼 복잡하고 대단한 것이 화합물에서부터 나올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고정 관념을 버려.
4. 어떻게 이 모든 것이 이렇게 완벽할 수 있지? 신이 환경을 꾸미고 인간을 만든 게 아닌가?
-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지 마. 지구 환경이 우리를 위해 바뀐 게 아니고, 우리고 환경에 맞게 바뀐 거야.
- 지구 환경은 완벽하지 않아. 내가 만약 신이었다면, 바이러스나 기생충이 인간은 못 건드리게 하고, 인간은 100살이 되면 편안하게 죽게 디자인했을 거야. (제발! 인간이 사과를 먹어서 신이 벌을 준 거라고 하지 말자. 내가 완벽한 사랑의 신이었으면 그 자리에서 용서했을 거니까. 신이 나보다 못해?)
-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에만 해도 행성은 몇 천 조 개 이상 있을 거야. 그렇게 많다 보면 그 중 몇 개는 온도가 적당할 수도 있는 거지. 물도 적당할 수 있는 거고. 그리고 꼭 물과 온도가 지구와 같지 않더라도, 그 환경에 맞는 우리와 전혀 다른 타입의 생명체도 있을 수 있어.
- 다시 말하지만, 그렇게 보이는 것을 그렇게 믿는 고정 관념을 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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