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미국에는 성이 몇 십 만 개 있다. 한국은 약 200개 정도 있더라. 지금은 없어졌지만, 동성동본 금지라는 법이 어릴 때 있었던 것 같다. 웃기는 법이다. 가까운 친척끼리 결혼하면 열등한 개체가 태어난다는 생물학 논리는 이상하게 대는 사람도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
예전에는 우리 나라에 노예와 상민들이 있었고 그들은 성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성이 없는 사람이 없다. 그 말은, 신분제가 없어지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짜 성을 만들었다는 뜻이다. 조선 후기에 오면서 가짜 양반이 늘어났다지만, 원래는 양반이 전 인구의 1/2이 안 되었을 것이다. 지배 계층이 피지배 계층보다 많을 수는 없을 테니까. 즉, 적어도 우리 인구의 반 이상은 몇 백 년도 안 된 가짜 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적어도.
게다가 성은 부계로만 물려진다. 예를 들어 김 씨 남자가 있다. 이 씨 여자와 결혼한다. 그 아들은 1/2만 김 씨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 남자가 다시 박 씨 여자와 결혼한다. 그러면 그 아들은 1/4만 김 씨 성질을 가지게 되고, 8 세대가 지나면 1/256만 김 씨 성질을 가지게 된다. 즉 8 세대 (약 200년)만 지나도 한국의 모든 성씨 평균이 되어 버린다.
부계로만 이어지는 특성은 Y 염색체 상에 있는 일부 유전자에 지나지 않으며, 우리 몸의 세포에는 미토콘드리아와같이 모계로만 이어지는 특성도 있다. 도대체 왜 부계로만 따져서, 그 것도 대부분 조작되었을 성씨가 같으면 결혼을 못했던 것일까? 진화론을 주장한 다윈의 경우 자기 사촌과 결혼했다. 얼마 전에 다큐멘터리에서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학자를 하고 있는 다윈의 후손을 봤는데 멀쩡하더라. 친척끼리 결혼해 문제가 있으려면 그 결혼이 대대로 몇 대는 이어져야 할 것이다. 영국에서 1960년대까지 동성애자 처벌 조항이 있었다지만, 불과 10년 전에 우리 나라에서 동성동본 결혼같은 이상한 법이 있었다는 게 정말 웃기는 일이다.
나는 성씨 제도를 없앴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유교 보수주의자들이 말하는 의미는 성씨에서 거의 찾을 수 없다. 다만 성은 가족과 같은 그룹을 구분하고 동명이인을 구분하는 용도로 존재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유럽에서는 여자가 결혼하면 남편 성을 따라 성이 바뀐다. 물론 남편 성을 따를 필요는 없고 여자 성을 따르든 새로운 성을 만들든 상관 없으나, 가족이 같은 성을 쓰므로써 가족을 한 그룹으로 나타낼 수 있는 기능이 있다고 생각한다.
현생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출발한 게 불과 5만년에서 10만 년 전이다. 즉, 백인이나 흑인이나, 한국인이나 일본인이나 아무리 길게 잡아도 10만 년 전에는 다 같은 민족이었다는 거다. 불과 10만 년이란 짧은 기간 동안 인류는 진화를 거쳐 각 지역에 맞는 민족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성은 조작된 걸 감안하면 몇 백 년도 안 되는 거고. 이혼한 배우자의 자녀가 가족과 성이 달라 고생한다는 뉴스를 많이 봤다. 우리는 성씨가 절대적이라는 개념을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항상 생각하는 것이지만,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것들에 대해, "정말 그럴까?" 이렇게 의심해 보자. 그리고 족보나 성씨에 대한 집착을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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