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October 07, 2012

우리 말 "돌"과 영어 "tool"은 관계가 있지 않을까?

YouTube에서 인간 진화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침팬지와 다르게, 우리 인간은 엄지 손가락 뼈가 굵고 컸다. 다큐멘터리에 나온 학자는, 돌을 깨어서 만든 조각으로 고기를 자르는 실험을 하며 각 손에 들어가는 힘을 측정했다. 그러자, 엄지 손가락에 많은 힘이 들어가는 것이 나타났고, 그 것을 근거로 그 학자는 엄지 손가락이 크고 굵어진 것은 도구를 사용했기 때문일 수 있을 것이다라는 가설을 제시했다.

그런데 갑자기 드는 생각은... 다큐멘터리는 영어로 되어 있으니 도구를 계속 "tool"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보여 주는 것은 돌이다. 돌을 깨고, 그 돌 조각으로 고기를 자르고 무기도 만들었을 것이다. 돌과 tool의 발음이 매우 비슷하다. 돌을 실제 발음에 가깝게 로마자로 표기하면 tol이 될 것이다.

온라인 어원 사이트에서 tool의 어원을 조사해 보았다.
O.E. tol "instrument, implement," from P.Gmc. *tolan (cf. O.N. tol), from a verb stem represented by O.E. tawian "prepare." The ending is the instrumental suffix -l (e.g. shovel). 
tool은 고대 영어에서 tol이었다. 물론 위의 사이트에서는 쓸 준비를 하다는 뜻의 tolan이라는 말에서 왔다고는 하지만 (an은 어미이고 실제 어간은 tol일 것이다) tolan 자체가 "돌"과 관계가 있을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돌과 tool이 관계가 있다고 한들, 한국어의 돌이 영국으로 전해져서 tool이 되었을 가능성은 없다. 관계가 있다면 유럽인과 아시아인으로 갈라지기 이전에 같은 말을 쓰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출발한 homo sapiens는 유럽과 중동쪽으로 갈라져서 퍼졌지 아시아에서 출발해 유럽으로 퍼지지 않았다. 침팬지와 인간이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침팬지가 인간에게 그 특성을 물려준 것이 아닌 것과 같다. 침팬지와 인간은 공통의 조상으로부터 그 특성을 물려받은 것이다.

가끔 어원이 궁금에 웹을 검색하다보면, 이상한 한국 우월주의자들의 사이트들이 나온다. 무슨 단군교나 그런 종류일 것이다. 그들에 따르면 한국이 모든 문명의 중심지이며, 세계의 모든 언어는 한국어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한국어와 유럽 언어의 구조적 차이점이나 활용의 차이점은 싹 다 무시하고, 현대 영어와 현대 한국어의 발음을 비슷하게 끼워 맞추고는, 영어가 한국어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그 주장의 예를 보면 정말 기가찬다. 예를 들어 이 페이지에 있는 내용 같은 것이다.

저 사이트에서 agitate가 아귀다툼과 어원이 같다고 하는데... 진짜 어원 연구 사이트를 보면 라틴어 agitare의 과거 분사형인 agitatus에서 온 것이고, agitare는 움직이다라는 뜻의 agere에서 온 것이라고 되어 있다. 저렇게 동사가 변하는 것은 다른 동사에서도 똑같은 모습을 보이며, 수많은 문헌에 관련 증거들이 남아 있다. 그런데도, 그런 증거를 다 무시해 버리고, 그냥 현재 발음이 아귀다툼과 비슷하다고 저렇게 주장해 버린다. 라틴어 문법과 고대 문헌을 화석이라고 한다면, 인간 진화의 기록인 화석을 다 무시해 버리고, 인간은 신이 만들었다라고 하는 창조과학자들하고 비슷하다.

당신 머리에서 영어가 한국어이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으면 그 것은 가설이다. 이런 가설을 내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정말 학자와 종교광의 차이는? 학자들은 그런 가설을 생각해 내면 여러 가지 조사를 통해 증거를 모으고, 상반되는 학설의 문제점을 조사해서 그 것을 뒤집고 자기 가설을 동료들로부터 인정 받는다. 종교광은 그냥 자기 마음에 들면 그 것을 사실이라고 주장해 버린다.

뭐 어쨌든, 내게는 그럴 능력이 없지만, 많은 나라의 고대 언어에서 도구가 어떤 발음인지를 조사하면 도구와 돌이 어떤 관계인지 좀 더 뒷받침이 될 것이다. 그런데 한자어가 아닌 원래 우리 말로 도구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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