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December 19, 2012

박근혜/문재인 누가 이기든... 나는 투표 안 했다. 투표하기 싫다.

미국의 유명한 풍자 애니메이션 South Park를 보면 주인공 스탠의 학교에서 douche bag (여성 생식기 청결 도구라고 함)과 turd sandwich (똥이 들어간 샌드위치)두 후보가 나오고, 멍청한 짓을 한다. 스탠은 둘 다 찍기 싫어서 투표를 포기하려고 하는데, 그러자 부모와 선생님, 그리고 주변 아이들이 투표를 안 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거네 뭐네 하면서 투표를 하라고 강요한다.특히, 친한 친구 카일은 douche bag을 지지자인데, 스탠에게 투표 권리를 포기하지 말라고 타이른다. 결국 짜증난 스탠은 집을 나가버리는데, 나중에 어떻게 다시 집으로 돌아 오게 되고 투표를 한다. 친구인 카일이 투표한 걸 축하한다고 하면서 은근슬쩍 누구 찍었는지 스탠에게 묻고, 스탠이 turd sandwich를 찍었다고 하자 아니 뭐야 이러면서 화를 낸다. 스탠이 아무에게든 투표 자체가 중요하다고 내게 투표하라고 했던 거 아니었느냐면서 반문하면서 그 회는 끝이 난다.

집에 TV는 없어서 안 보고, 한국 뉴스가 궁금(?)할 때는 다음 뉴스를 위주로 보는데, 다음 뉴스를 보면 나는 꼼수다의 영향인가 무슨 투표 몇 %를 넘으면 춤을 추네, 닥치고 투표하라 등 요즘은 마치 투표를 안 하면 범죄인 듯한 분위기다. 그런데 정말 투표할 사람이 없는 걸 어떡하나. 당선 가능성 있는 후보 중에는 다 마음에 안 들어 투표하기 싫다고. 투표 안 하는 것도 권리다. 그런데 특히 문재인 지지자 쪽이 투표를 강요한다. 그래놓고 내가 박근혜 찍었다고 그러면 또 화를 낼 것이다. 투표하라는 말이 결국은 자기가 지지하는 야당 후보를 찍으라는 말이다. 바로 말하기 뭐 그러니까 그냥 투표하라는 말로 돌려 말하는 것일 뿐.

이번에 박근혜와 문재인 지지율이 거의 50/50인 것 같은데, 그 중 적어도 30% 정도는 박근혜/문재인, 새누리/민주당이 좋아서 찍은 게 아니라, 찍을 사람이 없어서, 차악이라도 뽑아야 한다는 주장에 휩쓸려 투표했지 않을까? 안철수 지지율이 30% 정도였던 걸 보면, 국민들이 두 정당에 지친 것은 맞다. 다들 다른 선택지를 원하는데 문제는 아무도 안 하니 다른 후보 찍으면 버리는 표가 되고, 그럴 바에는 투표 안 하는 것이다.

투표 분석을 보니, 뭐 예상 대로 전라도는 다 문재인이고 경상도는 다 박근혜더라. 경상도 쪽에 문재인 지지율이 20~30%는 되는 거에 비해 전라도 박근혜 지지율은 10% 정도인 것 같다. 내 생각에는 경상도나 전라도나 똑같이 지역 감정으로 찍을 뿐이다. 그런데 "다음" 사이트를 보면 마치 경상도 사람만 세뇌되어서 한 정당만 찍는 쪽으로 몰아간다. 그럴까? 전라도 노인들은 유식하고 자유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의식이 강해서 민주당 찍을까? 아니. 전라도 노인이나 경상도 노인이나 다들 그냥 고정관념과 지역감정으로 민주당/새누리당 찍을 뿐이고, 하필이면 당신들 지지하는 곳이 민주당일 뿐이다. 그러니 똑같은 의도로 나온 결과에 대해, 경상도만 욕을 하고 전라도는 욕을 하지 않는다. 당신들의 그런 짓이야 말로 지역 차별이다.

지역 보고 좀 찍지 마라. 정당도 좀 없어졌으면 좋겠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 새누리, 민주당, 둘 다 하는 짓 유치하고 짜증 나는 건 거기서 거기인데, 차악을 뽑아야 하네 하는 주장으로 둘 중에 하나 고르게 하지 마라. 투표하기 싫다.

이번 투표의 지지율이 50/50이고, 박근혜 지지자들도 문재인 싫어하고, 문재인 지지자도 박근혜를 싫어하므로, 누가 되든 국민의 반 정도가 대통령을 기본적으로 싫어한다고 보면 되겠다. 누가 될 지는 내일이면 알겠지만, 상대방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도 "아, 알고 보니 괜찮은 사람이네" 이런 말이 나오게 대통령질 좀 잘 했으면 좋겠다. 약속 좀 지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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